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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2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개그 프로그램 여전한 ‘동남아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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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댓글 0건 조회조회 188회 작성일 23-11-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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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6.경향신문

원문보기 :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1261625001


“2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개그 프로그램 여전한 ‘동남아 패러디’


KBS2 <개그콘서트>의 ‘니퉁의 인간극장’은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니퉁(김지영)과 남편(박형민), 시어머니(김영희)의 일상과 관계를 그리고 있다. 개그콘서트 유튜브 채널 캡처

KBS2 <개그콘서트>의 ‘니퉁의 인간극장’은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니퉁(김지영)과 남편(박형민), 시어머니(김영희)의 일상과 관계를 그리고 있다. 개그콘서트 유튜브 채널 캡처

“우리 아들 돈 빨아먹으려고 그러지?” “니똥인지, 니퉁인지.”

어눌한 말투를 가진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니퉁(김지영)에게 시어머니(김영희)가 다그치며 이렇게 말한다. 지난 12일 3년4개월 만에 방송을 재개한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니퉁의 인간극장’은 7.0%의 순간 최고 시청률을 보였다. 니퉁과 남편, 시어머니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 코너는 유튜브 채널 ‘폭씨네’에서 인기를 끈 니퉁 캐릭터를 공개 코미디 무대로 옮겨왔다.

“벹남(베트남)에서는 존경한다는 뜻이 니 잘났다에요~”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4>에서는 베트남 유학생 응웨이 기자(윤가이) 캐릭터가 등장한다. “케이팝을 좋아해 6개월 전에 한국에 유학을 왔다”는 이 캐릭터는 일본인·이탈리아인·중국 동포 등을 흉내 낸 다른 어학당 친구들과 어울린다.

개그는 개그일 뿐?···차별·놀림 낳는 ‘흉내 내기’

<SNL코리아 시즌4>에서 베트남 유학생 응웨이 기자(오른쪽·윤가이)가 아나운서(정상훈)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쿠팡플레이 유튜브 채널 캡쳐

<SNL코리아 시즌4>에서 베트남 유학생 응웨이 기자(오른쪽·윤가이)가 아나운서(정상훈)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쿠팡플레이 유튜브 채널 캡쳐

최근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동남아시아 여성을 흉내 낸 캐릭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댓글 등에선 “재밌다” “웃기다”는 반응이 이어지지만 경향신문이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대면·화상 인터뷰로 만난 외국인들은 이주외국인을 희화화하는 이들 캐릭터에 마음 편하게 웃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어학당에서 공부하고 있는 베트남 여성 원모씨(24)는 SNL 응웨이 기자에 대해 “화가 났다. 베트남 사람들의 말투와 하나도 똑같지 않다”며 “한국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한국 사람과 문화를 좋아하고 존경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왜 저희 모습으로 장난하는 거냐”고 했다. 몽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떠르지 재벤씨(52)는 “말투를 따라 하는 것은 우리를 무시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어설픈 일반화’가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평도 나왔다. 떠르지씨는 니퉁 캐릭터에 관해 “시어머니에게 당당하게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좋다”면서도 “이주여성이 모두 시어머니를 부정적으로 보고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국제결혼은 고부갈등이 무조건 따를 것이라는 편견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니퉁의 인간극장’에 등장하는 “내가 된장찌개에 스리라차 소스 쳐넣지 말라고 그랬지!”와 같은 대사에 대해 떠르지씨는 “시간이 지나면 한국 여성들보다 더 요리를 잘하기도 한다”며 1차원적 개그라고 비판했다. 베트남 출신으로 한국어교육과 석사생인 응웬씨(25) 역시 “현재는 학생,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미디어에서 베트남 여성의 이미지는 결혼이주여성 정도인 것 같다”고 했다.

외국인을 따라 하는 개그는 차별과 조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네팔 출신 우다야 라이 전국이주노동자노조 위원장은 “공장이나 일터에서 이주노동자의 말투를 따라 하며 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김춘옥 충남이주여성상담소 활동가는 “이런 프로그램을 본 한국 사람들이 ‘거기(베트남)서 온 사람들은 진짜 남편 돈 빨아먹느냐’는 질문을 실제로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도, 국내에서도 “보기 불편하다” 반응

KBS2 <개그콘서트> ‘니퉁의 인간극장’에서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니퉁(김지영)이 남편(박형민)에게 ‘짝퉁’ 명품가방을 선물받고 기뻐하는 모습. 개그콘서트 유튜브 채널 캡쳐

KBS2 <개그콘서트> ‘니퉁의 인간극장’에서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니퉁(김지영)이 남편(박형민)에게 ‘짝퉁’ 명품가방을 선물받고 기뻐하는 모습. 개그콘서트 유튜브 채널 캡쳐

외국인, 특히 흑인과 동남아시아인을 희화화한 캐릭터는 이전에도 있었다. 1980년대 시커먼스, 2000년대 ‘사장님 나빠요~’를 유행어로 한 블랑카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은 2024년부터 전체 인구 5% 이상이 장·단기 체류 외국인으로 구성된 ‘다인종 국가’가 된다. 일각에서 이런 개그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한 베트남계 독일인 미 우씨(26)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놀리기 위해 좋지 않은 발음을 개그화하는 건 재미있지 않다”며 “독일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나온다면 인종차별이란 문제제기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필리핀계 영국인 마크 투아존씨(22)는 ‘니퉁의 인간극장’을 보고 “사람들은 미디어의 부정적인 묘사나 고정관념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이런 개그를 보면 ‘한국 사회가 여전히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낮춰보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취재에 응한 이들은 베트남·필리핀 현지에서도 이 같은 개그에 부정적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응웨이 기자가 나오는 <SNL코리아 시즌4>의 경우 베트남어 자막과 함께 베트남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빠르게 전파됐다. 원씨는 “응웨이 기자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많이 공유됐다”며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베트남 사람들을 바보같이 본다고 느끼는 반응들이 많았다”고 했다.

한국인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보기 불편한 개그”라는 반응이 나왔다. 직장인 김동휘씨(25)는 “희화화의 대상이 소수자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단일민족 국가라는 인식이 강해서 타 문화권에 대한 배려를 여전히 어색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누리꾼들도 ‘니퉁의 인간극장은 시대착오적이며 혐오를 조장한다’, ‘개콘을 보면서 웃기엔 국민의식 수준이 너무 높아져 버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대 역행한 ‘게으른 개그’···“이제는 바뀌어야”

전문가들은 이런 개그가 외국인을 대상화한다고 지적했다. 오경석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은 “다른 인간을 흉내내는 것은 ‘쟤는 이상하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특정 집단의 억양을 따라 하듯 우리의 일상생활을 따라 하며 낄낄거리면 좋을 수 있겠나”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인구 위기라고 해서 이민자 유치를 위해 다른 나라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들을 희화화한다면 누가 오고 싶어 하겠나”라고 했다.

김진원 뉴욕시립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블랑카 캐릭터의 경우 풍자와 해학으로 일컬어졌지만, 엄밀히 보면 한국 사람이 (외국인을) 연기를 한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아시안계가 아시안계 어머니를 흉내 낼 수는 있어도, 백인 남성이 나와서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유행하는 캐릭터가 이민자이자 여성이라는 두 가지 소수자 이미지를 활용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 개그의 수준도 세계화에 발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류로 인해 외국에서도 한국 문화와 콘텐츠에 더욱 주목한다”며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이제는 신경을 써야한다”고 했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대학 교수는 “무의식적 차별과 혐오들로 소수자를 조롱하는 것은 코미디에서 쓰이던 낡은 형식”이라며 “K 콘텐츠를 외부 세계에서도 하나의 브랜드로 보고 있는 만큼, 그 파급력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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